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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곳에 오시면 명서방님을 만날지도
작성자 AURA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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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06-05-16 16: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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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324
 
홍대 앞 거리 예술 시장 사람들

트렌디한 아이템이 다 모였다
editor 이진백 writer 박진숙 photographer 홍상돈

전문 지식과 기술보다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개성 강한 문화 코드로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천국, 홍대 앞 거리 예술시장. 예술이 일상이고 일상이 예술인 젊은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나날.


영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 역시 오늘과 뭐 그리 다르겠느냐는 암울한 생각이 서서히 잠식해 들어간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 달뜬 기분으로 ‘아아, 오늘은 또 어떤 신나는 일이 생길까’ 하고 기대감에 부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날은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운 좋은 날일 뿐. 대개 ‘도대체 왜 살고 있는 거야’,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는 운 나쁜 날의 연속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심미현 씨(29·닉네임 ‘심미’)가 꼭 이랬다. 대학에서 서양미술을 전공한 후 친구들처럼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갑갑증만 심해질 뿐이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열망이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았던 것이다. 차오르는 욕구를 애써 누르며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홍대 앞 놀이터에서 열리는 거리 예술시장을 ‘점거’하기에 이른다.

젊은 작가들의 놀이터, 거리예술시장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홍대 앞 놀이터. 심미현 씨는 어깨에 둘러멘 커다란 가방을 바닥에 툭 내려놓더니 커다란 천을 깔고 ‘작품’을 가지런히 진열한다. 밤을 새워가며 작업한 ‘그림이 그려진 모자’는 그녀의 소중한 자식들이었다. <꿈꾸는 사람> <해가 되길 꿈꾸는 달> <하늘 물고기> 등 그녀의 그림은 하나같이 몽환적이다.

“제 작품의 주제는 꿈과 열정이에요. 그림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비록 작은 모자에 불과하지만 생활에 쫓기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잊어버린 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꿈을 떠올릴 수 있는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한참 꿈을 찾고 있을 때 거리 예술시장을 만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처음엔 인형을 만들었다. 예술가의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할 길이 없던 어느 날, 그림이 몹시도 그리고 싶어서 뭔가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더란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자르고 꿰맸더니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꼭 빼닮은 인형 ‘몽인’이 완성됐다. 현대미술이 뭐 별건가? 바느질이든 그림이든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거리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

“생명을 불어넣으며 인형을 만드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붓질하던 천성이 어디 가나요? 그림이 그리고 싶더라고요. 당장 인형 만들기를 접고 모자와 옷에 그림을 그려 팔게 됐죠. 그래서 이곳이 좋아요. 자유로우니까요. 마음 가는 대로 창작하면서 예술은 어렵다는 통념을 깰 수 있고, 딱딱한 갤러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에서 제 작품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녀가 주말마다 나오는 거리 예술시장(토요일은 프리마켓, 일요일은 희망시장)은 아마추어 예술작가들이 직접 만든 생활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디자인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고 예술을 생활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본격 이뤄지는 실험실인 셈. 하지만 2002년 6월 거리 예술시장이 출발할 때만 해도 주위에선 반신반의했다. 한때의 반짝 이벤트로 끝날 홍대 앞 젊은 작가들의 치기 정도로만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엎고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댔다.

색유리를 녹여 만든 액세서리, 온갖 표정이 담긴 머리끈과 휴대전화 고리,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수첩과 다이어리, 실로 직접 떠서 만든 모자와 가방, 쇠톱으로 갈아 만든 은제 목걸이와 귀걸이 등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들불처럼 번져나간 비즈와 리본 공예의 근원지도 이곳이었고,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솔기도 직접 바느질한 수제 문구도 여기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레이블을 형성하고 독자 노선을 걷는 거리 예술시장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인디 문화 발전소로 자리 잡고 있다.


손맛으로 기발한 웃음까지 한보따리
개장 시간이 가까워오자 작가들이 속속 도착했다. 심미현 씨는 맞은편에 자리를 잡은 표명선 씨(39·닉네임 ‘회장님’)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사단법인 국민미술협회에 등록된 전문 금속공예가로 사람들에게 금속공예를 알리고 싶어 3년째 희망시장에 나오고 있다.

“몇몇 금속공예가와 작업하다가 생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찾아 거리로 나왔어요. 이곳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은 덕분에 제 디자인도 많이 변했죠. 대개 금속공예는 날카롭고 차갑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디자인에 따라 얼마든지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을 전달할 수 있어요. 한번 보실래요?”

표명선 씨가 앉은 자리에서 쇠톱질을 몇 번 하자 춤추는 여인의 부드러운 굴곡이 금방 드러났다. 요즘 재즈댄스에 푹 빠진 그의 생활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 적잖은 나이에 예사롭지 않은 옷차림과 목에 헤나까지 한 그가 재즈댄스라니. ‘예술은 삶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창조한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언처럼 거리 예술시장이 그를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활기가 돌았다. 그때 느닷없이 나타난 ‘토끼 머리’ 두 사람이 이색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름 하여 ‘잭 밴드’의 립싱크 공연. 잭 밴드는 기따 씨와 그의 친구 잭이 결성한 밴드다. 장난감처럼 생긴 작은 기타와 종이로 만든 마이크로 가수 ‘흉내’를 내는 열정적인 그들의 몸짓이 ‘발상의 전환’ 그 자체다. 공연을 보고 있던 심미현 씨가 “기따 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리 예술시장의 명물”이라고 귀띔했다.

“잭 밴드요? 한 달 전에 결성해서 딱 한 번 연습하고 오늘 첫 공연한 거예요. (웃음) 제 삶의 모토처럼 재미있게, 즐겁게 살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죠. 저의 공식 직업은 ‘생활창작 아티스트’지만 비공식 직업은 ‘잡상인’이거든요. 저보고 많은 분들이 특이하다는데 모든 사람에겐 특이한 요소가 있어요. 다만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없을 뿐이지요.”

절대 본명을 밝히지 않는 기따 씨(29)는 ‘인형 만드는 남자’다. 해탈한 듯한 표정의 ‘유유자적’ 인형이 그의 대표작. 삶이 팍팍할 때 인형의 유유자적한 표정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나아가 유유자적하게 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단다. 인형은 대학에서 섬유미술을 부전공으로 공부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옷, 가방, 인형 등 아트 상품을 취미로 만들다가 무작정 홍대 앞에서 전시와 판매를 했는데 그만 직업이 되고 말았다고. 그가 바로 거리 예술시장의 시발점이 된 젊은 작가 중 한 명. 이곳의 산증인이자 터줏대감이다.

어느덧 파장 시간이 다가오자. 심미현 씨가 가방을 쌌다. 집을 나섰을 때보단 조금 가벼워진 상태. “앞으로 새로운 일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떠날 수도 있고, 작은 숍을 열 수도 있겠죠. 자유롭다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니까요.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요. 그래서 지금 생활에 만족해요.” 가방을 둘러멘 채 친구와 나란히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무척 당당해 보였다. 꿈을 향해 자신의 색깔과 방식대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젊은 작가들의 상큼함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 거리 예술시장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 6호선 상수역 1·2번 출구에서 나와 홍대 정문 맞은편 놀이터 안(홍익어린이공원). 매주 토요일(프리마켓) 13:00~18:00, 매주 일요일(희망시장) 14:00~18:00

2005.09.29 10:16 입력 / 2005.12.12 1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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